금융위원회가 내달 15일 끝나는 공매도 한시금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한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내년 3월 15일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금융위는 27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금지 연장을 서면의결했다. 금융위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를 감안하여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한다”며 “해당 기간 동안 불법공매도 처벌강화,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연장 결정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형주에 한해 단계적으로 공매도를 푸는 ‘쪼개기 연장’도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자 전면 금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측은 “당초 내달 8일 한국증권학회 주관 공청회 후 이튿날 금융위 정례회에서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조속한 결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동학개미’의 유입으로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공매도 금지 연장에 한몫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자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일단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고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이번 한시금지 조치에서도 1차 때와 동일하게 유동성이 낮은 주식·파생상품에 대한 시장조성과 상장지수집합기구(ETF) 등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예외로 인정된다.
코로나19 발발 후 아시아 4개국과 유럽연합(EU) 6개국이 공매도 한시 금지를 시행했다. 이 중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만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유럽 6개국은 지난 5월, 대만은 6월 금지 조치를 종료했다. 미국·영국·독일·일본은 코로나 폭락장에도 공매도를 유지했다.
당국은 공매도 금지 연장과 함께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손본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외국인·기관의 놀이터’라고 비판해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공매도의 경우 정책당국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시장조성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부작용을 다시 점검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공매도 활성화는 최근 일부 사모펀드에서 나타난 손실 문제를 감안할 때 다소 조심스럽지만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는 예상과 달리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는 위험한 기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도매 시장’인 공매도에 ‘소매상’인 개인이 안전장치 없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로 최근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듯 개인 공매도 활성화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