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인기라고 한다. 한국드라마, 한국연예인, 한국음식, 한국문화 등이 다시 일본에서 관심을 끌고, 유력 신문사와 TV방송에서 이를 다루며 ‘4차 한류 붐’을 언급한다. 꽉 막혀 있던 한·일관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정치, 역사 등 어려운 문제들은 산적해 있지만, 문화만큼은 양국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 교류를 통한 양국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 붐이 현재의 어려운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희망적인 기대와 바람과 달리, 이는 쉽지 않다. 물론 문화가 상대에 대한 친근감 형성과 관심, 그리고 이해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일본 드라마 혹은 연예인이 좋아서, 언어를 배우고,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친근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부정할 수 없는 문화의 힘이다. 한·일관계가 안 좋을 때 문화와 인적교류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어렵고 불편한 논의보다, 쉽고 친근한 논의를 통해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연가’에서 ‘사랑의 불시착’까지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문화가 일본에 스며들고, 일본문화가 한국에 가까워진 만큼 한·일 양국의 서로에 대한 이해는 높아졌는가.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 한·일 간 산적해 있는 갈등 사안에 대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친근감이 높아진 만큼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이웃 국가로서 신뢰감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정치적인 영역과 비정치적인 영역은 독자적인 교류체계가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상호연계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정치적인 사안과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친근감은 별도의 영역으로 존재하며, ‘사고의 이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 인기 소식을 들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문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