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인사를 두고 ‘윤석열(검찰총장) 힘빼기’, ‘추미애·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 사단 영전’ 등의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형사·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는 말로 논란을 일축했다. 추 장관은 특히 그간 검찰 인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주로 다루는 일명 ‘특수통’들이 주로 승진한 점을 지적하며 인사 등 조직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은 전날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평검사 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며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검찰) 인사를 바꿔나갈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2016년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의 나이에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 검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선 형사부 검사들은 민생 사건을 한 달 평균 많게는 200건 넘게, 적게 잡아도 150건씩 처리하면서 많은 고충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새내기 검사 김홍영이 희망과 의욕을 포기한 채 좌절과 절망을 남기고 떠난 것을 그저 개인의 불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조직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또 ‘n번방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됐을 무렵 암투병 끝에 아기와 가족을 두고 세상을 떠난 한 여검사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인사에서 우수 여성 검사들을 법무부의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강력부에 각각 여검사가 한 명씩 발령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에는 원지애(46·사법연수원 32기) 대검찰청 마약과장이, 부산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에는 김연실(45·〃 34기)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각각 보임됐다. 이 중 원 과장은 2015년 마약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2급 공인전문검사인 ‘블루벨트’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추 장관은 “지금 전체 2212명 검사 중 700명의 여검사가 활약 중”이라며 “제가 검사시보를 했던 1983년에는 딱 2명의 여검사가 있었는데 비약적인 성과가 이뤄졌다, 이제는 여성검사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극복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전날 차장·부장검사급과 평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추 장관이나 이 지검장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요직에 대거 발탁된 반면, 윤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해 온 대검 중간간부들과 현 정부에 민감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줄줄이 지방으로 발령받는 ‘좌천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추 장관 취임 이후 줄곧 이어져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