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매각 협상 지연… 미·중 전면 대결로 치닫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로고. 버지니아=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매각에 ‘기술 수출 규제’ 카드로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월마트 등과의 매각 협상이 연기되는 등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오는 9월 15일까지 매각 협상이 종료되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틱톡 인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틱톡 매각 협상이 향후 2주일 이내에 종료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주말에 인수 의향을 밝힌 미국 기업 중에서 한 업체를 선정해 배타적인 협상을 할 예정이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 28일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수정해 발표했고, 수정 목록에는 음성·문자 인식 처리, 사용자에 맞춘 콘텐츠 추천, 빅데이터 수집 등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틱톡 매각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처라는 게 미국 측 분석이다. 

 

바이트댄스는 30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상무부가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수정해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앞으로 ‘중국 기술 수출입 관리 조례’와 ‘중국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엄격하게 준수해 기술 수출에 관한 업무를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뒤에 미국 기업에 틱톡의 일부 사용권을 넘기겠다는 뜻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중국 정부가 향후 2주일 이내에 틱톡 매각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 틱톡 매각 협상이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WSJ는 “매각 협상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매각 협상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으나 이 협상을 결렬시킬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틱톡 매각 협상 결렬, 매각 대금 상향 압박, 매각 조건 제시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NYT가 강조했다. NYT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 중국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 기업들이 틱톡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틱톡 인수전에는 MS, 오라클, 유통업체 월마트 등이 뛰어들었고, MS와 월마트는 공동인수를 위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틱톡 매각 협상은 향후 미·중 관계에도 심대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중국이 틱톡 매각에 제동을 걸면 트럼프 정부는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고, 미국 기업인 애플과 구글 등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틱톡 앱을 삭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NYT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