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으로 30대 사이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뜻)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더 기다렸다가 서울·신도시 공급 물량을 분양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주무부처 장관이 청약가점이 높지 않은 30대가 현실적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운 현실조차 모르고 있느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영끌 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저희(국토부)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패닉바잉’(공황 구매)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의원이 ‘정책 실패를 왜 청년에게 떠넘기느냐, 30대의 부동산 영끌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자 김 장관은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일축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5일 국토위에 출석했을 땐 30대의 영끌 현상에 대해 “최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거래됐는데, 그 물건들을 30대 젊은층이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법인 등이 내놓는 물건을 30대가 비싸게 사주는 모습이 있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다주택자 세제 인상 등 세제 개편 이후 부동산 가격이 점차 안정화 될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내놨다.
그는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언제부터 나타나겠느냔 질문에 “대책 발표 이후 2개월”을 제시하면서 “8월부터 시장에선 갭투자가 줄어들고 있고 법인 등이 가진 물건이 매매로 많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이 같은 인식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현 청약제도 아래서 30대 대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당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통합당 김 의원은 ‘39살에 자녀 두 명과, 최대한 가점을 끌어도 50점대에 불과한데 서울에서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적어도 60점 이상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여러 가지 공급계획도 발표했고, 3기 신도시 조성 추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만 해명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관련 기사 댓글란 등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지금 40·50대도 밀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무슨 소리냐”거나 “청약 경쟁률은 보고 하는 말이냐”는 등의 비판이 줄을 잇는다.
한편, 이날 국토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상소문 형식으로 비판해 화제가 된 일명 ‘시무 7조’ 청와대 국민청원이 언급되기도 했다. 해당 청원글에선 김 장관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향해 ‘시무 7조를 읽어봤느냐’고 거듭 물었고, 김 장관은 “읽지 않았다”, “안 읽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청원글을 읽어볼 의향이 있느냔 질문에 김 장관은 “예, 알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 도심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가 수 차례 열리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