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재난시 南의사들 보내자”… 여당 의원 법안 발의에 ‘발칵’

의사들 파업 중에… 논란 일자 “수정 가능”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뉴스1

북한에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한 의료인력의 긴급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여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들이 총파업(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나선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수정이나 삭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초선)은 지난달 2일 이런 내용의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 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과 ‘북한 재난 발생 시 구조·구호 활동 단체에 정부가 필요한 지원이나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북한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인력 등을 강제로 파견 보낼 수 있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에 현행법상 자재 및 시설로 한정된 재난관리자원에 의사 등 ‘인력’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두 법안이 함께 적용될 경우 의료인의 북한 강제 파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곧장 의료계에선 반발이 터져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등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의 이런 법안 발의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가 물건이냐”, “의료진을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신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제 북한 의료인과 교류 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며 “강제성을 갖고 의료인력 파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 또는 삭제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의료인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남북한 용어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정 가능함을 덧붙여 말씀드린다”고 했다. 신 의원은 4·15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뉴스1

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관련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인력에 대한) 강제적인 징발, 징집 수준의 행위로까지 가능한 건지는 제가 좀 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보건의료분야 협력의 연장선에서 구체적으로 상호간에 어떤 절차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할 건지는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와 무리한 물물교환도 모자라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선 의료진을 물건 취급하고 강제 징집하듯 동원·파견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