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종차별 시위', 대선 뇌관으로

트럼프, 커노샤 방문 강행키로
시위대 총격 10대 용의자 두둔
바이든, 5개월 만에 유세 재개
“트럼프, 폭력시위 조장”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같은 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피츠버그=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두달가량 앞두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총격 이후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 방문을 강행키로 했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5개월 만에 유세를 재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곳 모두 대선 결과를 가를 경합주로, 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애리조나 등을 포함한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격하며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를 바짝 좁히고 있고, 전국 지지율에서도 오차범위까지 근접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커노샤에서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17)가 자기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를 밝히며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에 그(리튼하우스)는 그들(시위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며 “넘어진 리튼하우스를 그들이 매우 격렬하게 공격했다. 그는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총을 쏘지 않았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는 것으로, 리튼하우스 변호인의 ‘정당방위’ 주장과 같은 취지다. 하지만 당시 리튼하우스를 쫓아가며 위협한 시위대는 총이 없었고, 리튼하우스는 반자동 소총을 갖고 있었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피츠버그를 찾아 첨단기술 연구단지로 탈바꿈한 옛 제철소공장에서 25분가량 연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6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의 신임 보건고문 스콧 아틀라스가 ‘집단 면역’ 정책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 요양원 거주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되 일반 주민의 코로나19 감염을 방치하는 방식으로 집단 면역에 필요한 비율을 충족하자고 백악관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틀라스 고문은 이날 성명에서 집단 면역을 시도하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미 소아과학회(AAP)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어린이와 10대의 코로나19 환자가 전체 통계와 비교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 지난 5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석달 사이에 미국의 전체 감염자는 270% 증가했는데, 10대 이하 어린이 증가율은 무려 720%에 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 정지혜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