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화선 된 홍남기…이낙연 vs 이재명 전선 커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이에 둔 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간접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가 손쉽게 당권을 접수하고 이에 이 지사가 과감한 정책 어젠다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정치권에서는 여권 두 잠룡의 '대선 전초전'이 일찌감치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는 전날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과감히 지급하자는 자신의 주장을 무책임한 철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한 홍 부총리를 정면으로 겨눴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연달아 글을 올려 "민주당이 쟁취해 온 보편복지와 공평의 가치에서 이번에는 왜 벗어나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견 홍 부총리를 몰아세우는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선별지원에 무게를 두고 민생대책 패키지를 추진 중인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고통을 더 당하는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와드리는 게 제도 취지에 맞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으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구상인데,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홍 부총리의 견해와 맥이 닿는다.

더욱이 이 대표는 자신의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홍 부총리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홍 부총리가 경제수장이 되는데 이 대표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이 대표를 향해 이 지사가 계속 견제구를 날리자 당 지도부 내에서도 반발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가 심각한 곳에 우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선별지원책에 힘을 실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 지사를 겨냥해 "조금 아쉬운 발언이 있었다고 말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반면 이재명계로 알려진 이규민 의원은 이 지사를 옹호하며 홍 부총리를 직격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권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분의 뜻에 대해 '철이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적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 취임 후 첫 정책 과제인 2차 지원금에 대해 이 지사가 한판 붙자고 덤빈 셈"이라면서 "앞으로 주요 국면마다 견제와 방어가 오가는 대립 구도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