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 겹쳐 저지대 물난리… 4조 피해 ‘매미 악몽’ 재연 우려

영남·동해안 지역 관통
해수면 연중 가장 높은 백중사리
‘바비’로 약해진 지반 붕괴 위험
전국에 태풍특보… 강한 비바람
부산 상습침수 마린시티로 통제
文 대통령 “하동·구례 특히 살펴야”
매우 강한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북상 중인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포구 앞바다에 커다란 파도가 등대를 삼키고 있다. 뉴시스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한 2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재난 당국은 2∼3일 지역에 따라 최대 순간풍속 약 50m의 강풍과 400㎜의 폭우가 예상되는 만큼 인명·시설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마이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제주도 서귀포 남동남쪽 약 130㎞ 부근 해상을 시속 32㎞로 북상하고 있다. 3일 오전 1시쯤 거제와 부산 사이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영남과 동해안 지역을 관통할 전망이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45hPa, 강풍반경은 360㎞, 최대 풍속은 초속 45m로 제주도, 경남, 전남은 물론 서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태풍특보가 발령됐다.

 

마이삭은 일년 중 해수위가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 중 만조시간에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 집중호우와 제8호 태풍 영향으로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풍수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마이삭이 2003년 131명의 인명피해와 4조200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 ‘매미’만큼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대본 관계자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마이삭은 이동경로와 강도 측면에서 ‘매미’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중대본은 앞서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태풍 위기경보 수준과 비상대응 수위를 각각 최고 단계인 ‘심각’과 ‘3단계’로 격상했다. 산림청도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전국 17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전국에서 맨 처음 마이삭 직접영향권에 든 제주도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끊겨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이날 제주공항 출발·도착 350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많은 비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이 오전 한때 물에 잠겼고 강풍에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제주도내 약 2만4000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강풍에 넘어진 차량 강풍 영향으로 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주유소 앞 도로 한복판에 차량이 전도돼 있다. 제주=뉴시스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제주시 월대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하천물이 범람할 위험이 있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월대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대피령을 내렸다.

 

바닷길도 대부분 끊겼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 현재 부산·목포·여수∼제주, 강릉∼울릉 등을 잇는 60여개 항로 수십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상태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전국 22개 국립공원 입산도 모두 금지됐다. 윗세오름에 780㎜ 등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자 주암댐과 안동댐, 합천댐 등 남부지방 12개 댐은 사전방류에 나섰다.

 

3일 새벽 태풍 상륙을 앞둔 부산·경남 지역은 초긴장 상태다. 경남도는 해안가 및 저지대 주민 2600여명을 사전대피시켰다. 이날 오후 8시부터 태풍 경보가 발령된 부산시는 앞서 오후 7시30분부터 부산∼거제 간 거가대교를 전면 통제했다. 오후 8시30분부터는 광안리 해수욕장 해안도로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상습침수 구간인 마린시티1로 일부 구간도 통제됐다. 강원도 양양과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침수피해가 생기자 지자체는 저지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437편 무더기 결항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한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에어부산 항공기들이 줄지어 대피해 있다. 이날 제주공항 180편 등 전국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기 437편이 무더기로 결항됐다. 인천공항=연합뉴스
태풍의 눈 속으로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의 게시판에 제주발 항공편의 결항 정보가 표시돼 있다. 하상윤 기자

태풍 진로의 왼쪽에 놓인 광주와 전남북은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 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했다.

 

3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비바람이 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예상 강수량은 강원영동, 경북동해안, 경남, 전라동부, 제주도가 100~300㎜이며 일부 지역은 400㎜ 이상이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충청도, 경북도 등은 100∼200㎜이다. 3일 오전 제주도·경상해안에는 시속 108∼180㎞, 강원영동·남부지방엔 시속 72∼144㎞의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2일 오후 많은 비가 내린 강원 속초시 도심이 빗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중대본은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2∼3일 공공·민간기관은 물론 초중고교와 대학교에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레일은 3일 낮 12시까지 경부선, 동해선, 영동선, 태백선 등 7개 철도 노선에서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열차 41편의 운행을 중지하거나 일부 구간만 운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위험지역은 사전에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필요하다면 주민들을 공공시설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국민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특별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지난 8월 초 수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재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송민섭·박현준·남혜정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