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의 군복무 시절 병가 연장과 관련해 불거진 외압 의혹을 밝혀달라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법세련은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는 육군 카투사로 복무하던 2017년 6월 병가와 개인 휴가까지 총 23일 연속 휴가를 썼다”며 “이 과정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보좌관이 서씨 부대 관계자에게 전화해 병가 연장을 문의했다”고 주장했다.
법세련은 “추 장관의 지시 없이 보좌관이 스스로 부대에 전화해 서씨의 휴가 연장을 문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이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병가 연장 관련 전화를 하도록 지시했다면 직권을 남용하여 불법하게 행사한 것이고, 보좌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여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추 장관의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또 법세련은 “추 장관 아들 ‘황제휴가’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판단하더라도 탈영이 명백하다”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느낄 박탈감과 국민 분노를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조국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 아들이 아니었다면 즉각 체포되어 영창에 갔을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아들 휴가 의혹은 전날(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병가 연장이 되느냐는 연락을 받았다는 군부대 장교 A대위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A대위는 “왜 추 의원 보좌관이 ‘굳이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보좌관 역할은 국회의원 업무를 보좌하는 건데, 이건 어떻게 보면 (사생활 관련한 일인데)… 바쁘다고 쳐도”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들어 “전날 ‘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은 없다’고 했던 추 장관과 서울동부지검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직권남용죄가 맞을 것”면서도 “보좌관이 뭐하러 사적인 지시를 받겠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압박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던 추 장관 측은 아들 서씨 변호인단의 입장문을 통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하면서 해당 의혹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서씨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서씨는 병가 규정에 따라 국군 양주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병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전부 제출했다”고 외압 의혹을 일축했다. 서씨는 카투사에서 복무하던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낸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같은 달 23일부터 9일간 2차 병가 신청을 냈지만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간부에게 병가 연장 문의를 한 뒤 나흘간 개인휴가를 내고 27일 복귀했다는 것이 변호인단 설명이다. 서씨의 미복귀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A씨에 대해서는 “A씨는 당시 당직사병이 아니었다”며 “그날 제3자가 당직사병이었고, 서씨는 A씨와 통화하지 않았다. A씨 주장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서씨의 병가가 근거 기록이나 병원진단서 등 자료 없이 이뤄졌다며 서씨와 군부대 관계자, 추 장관의 당시 보좌관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