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을 감찰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실(특감)이 개점휴업한 지난 3년 동안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26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별감찰관을 어떻게 채울지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예정처) 따르면 2019년 회계연도 결산자료에서 특감실은 지난해 예산액 16억8200만원 중 8억2300만원을 집행하고 8억5900만원을 불용했다. 전체 예산 중 절반 넘는 51.1%를 쓰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는 2016년 9월 이석수 전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9월 사퇴한 이후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령인 ‘특별감찰관 직제’에 따르면 특감실은 특별감찰관(1), 특별감찰관보(1), 감찰담당관(6) 및 파견공무원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현재 특별감찰관·감찰담당관 등이 공석이며 파견공무원 3명만이 사무실 유지 등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특감실은 지난해 편성된 인건비 7억7700만원은 전액 불용했다. 특별감찰관 기본경비 3억8600만원 중 24.9%(9600만원)를, 특별감찰활동비 7억2900만원 중 99.7%(7억2700만원)를 집행했다. 특별감찰활동비는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 등 사무실 유지만을 위해 사용됐다. 최근 3년 동안 사무실 유지를 위해 총 26억2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예정처는 또 최초 사무실 계약 기간(2015년 7월∼2018년 7월) 이후 특감실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면서 3개월 단위로 계약 기간을 연장한 것이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무실 임차보증금 상승 및 임차료 등의 부족 때문에 예산이 2억1000만원 증액돼 집행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에 대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서 낭비되고 있는 사무실 운영경비는 기능에 맞게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유명무실한 상태로 형식적인 운영예산만 지출하고 있는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한 폐지 혹은 개선을 통해 예산 낭비 요소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3년이 넘도록 공석으로 두고 있는 ‘대통령 특별감찰관’ 자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이 법률상 기구로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라는 기능에 독자성이 있으므로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며 “불리하고 곤란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닫아버리는 문재인정권이다. 3년이 넘도록 비워두고 있는 ‘특별감찰관’ 자리는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대통령께서 답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