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군복무를 했다. 요즘 시끌벅적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처럼 카투사를 나왔다. 군생활 중 적잖은 부상을 입었다. 한번은 일과 후 선·후임과 축구하다 발목을 크게 다쳤다. 늦은 시간 치료가 급해 부대 내 클리닉에서 응급처치했다. 이후엔 부대 차를 타고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다녔다. 외부 민간병원 치료는 상상조차 못했다.
카투사는 통상 주말마다 외박할 수 있다. 나가서 다리가 아플 땐 참 복귀하기 싫었다. 그럼에도 외박 마지막 날엔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군인이 있어야 할 곳은 부대이기에. 그나마 치료 기간 중 훈련에서 빠져 다행이었다. 군대가 그렇게 비인간적인 곳은 아니다.
서씨의 카투사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 문제가 논란이다. 그는 휴가를 과하게 많이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투사는 외출·외박이 잦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추 장관의 여당 대표 시절 보좌관까지 서씨 휴가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가 커지고 있다. 4일엔 여당 의원이 “보좌관 통화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곤란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답을 피했다. 심지어 버럭 하며 “소설 쓰시네”라고 빈정댔다. 보면 볼수록 그의 아들은 과연 ‘떳떳할까’ 의구심이 든다.
서씨 논란, 시점도 참 묘하다. 추 장관은 야당 대표였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여당 대표가 된다. 서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내고 서울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23일까지 2차 병가를 냈고 회복이 덜 돼 27일까지 개인휴가를 썼다. 병가 19일, 개인휴가 4일을 연속으로 받았다. 2017년 6월이면 공교롭게도 추 장관이 집권여당 대표로 거듭났을 때다. 군 장교들에게 여당 대표 보좌관의 전화 한 통은 본의 아니게 압박처럼 다가왔을 수도 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아픈데도 군대 갔다”고 주장했다. 카투사는 입대 1년 전 요건을 갖춘 지원자 중 임의로 뽑는다. 진정 아팠으면 재검을 신청해 면제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카투사’라서 입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징집이 아니라 ‘자원’이다. 그러면 본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리 카투사가 ‘영어캠프’라고 조롱받아도 군대다.
군인도 아플 수 있다. 그런데 재활 등 회복은 부대 안에서도 가능하다. 병사가 낫지도 않았는데 지휘관이 무리하게 훈련을 강요하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다만 업무에 지장 없으면 목발 짚고 출퇴근하거나 이것도 힘들면 막사에서 쉰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병역 ‘특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2016년,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공세를 지휘했다. 서씨가 고위 인사 자녀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퇴원하자마자 부대로 복귀해야 했을 것이다. 서씨 집에서 부대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자가용으로 30분 걸린다. 다시 외부 병원 치료가 필요했더라도 잠시 복귀 후 휴가 재승인 받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검찰 수사 결과 발표는 함흥차사다. 수사하던 검사들은 사의를 표명하거나 한직으로 옮겨졌다.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고위층 자녀의 군 문제 논란이 또 불거진 자체가 평범한 군필자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