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일색인 머리카락 사이로 삐져나온 흰색 한 가닥, 새치가 보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기 일쑤다. 대개 눈에 거슬리는 새치를 곧바로 뽑아버린다. 심지어 새치가 다른 곳에도 있지 않은지 머리카락 사이를 샅샅이 살펴본다. 혼자서 볼 수 없는 뒷머리 쪽은 가족이나 지인의 손을 빌리기도 한다. 그만큼 새치는 민감한 존재이며,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치가 생겼다고 계속 뽑아서는 안 된다. 새치를 자꾸 뽑으면 오히려 견인성 탈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모낭은 그 수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모낭 한 개에 평생 나오는 머리카락 수도 25∼35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치가 났다고 무턱대고 뽑아버리면, 새치가 자랐던 모낭에서 더는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바로 ‘탈모’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머리카락을 자꾸 뽑다 보면 모공이 빠르게 소실되고, 모근도 약해지면서 탈모 발생의 원인이 된다”며 “새치가 생겼다면 뽑지 말고 가위로 잘라주거나 염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머리카락은 성장과 탈락(탈모)을 반복한다. 2년에서 6년 정도 주기로 일생 동안 반복된다. 성장주기는 3단계로 나뉜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시기인 ‘성장기’, 성장이 멈추고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모구부가 퇴화하는 ‘퇴행기’, 모낭의 활동성이 정지된 상태인 ‘휴지기’다. 이후 자연 탈모가 되는 ‘탈락기’가 이어진다.
새치의 원인으로는 가족력, 스트레스, 당뇨병, 갑상샘 질환, 조로증을 들 수 있다. 젊은 나이에 흰 머리카락이 난 사람이라면 부모 중의 한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흰 머리카락이 다수 난 경우라면 특이 질환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스트레스가 새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스트레스는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든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떄문에 새치가 발생할 수 있다.
갑상샘 기능이 떨어지면 멜라닌 색소의 분비가 줄어들어 새치가 발생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조기 노화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인 조로증의 증세로 흰 머리카락이 나타날 수 있다.
흰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은 다시 검은색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든지 염색을 해야 한다. 다만 머리카락을 지속해서 염색하면, 염색약의 주성분인 파라페닐렌다이아민에 의한 접촉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염색 후 두피의 가려움과 진물, 붉어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각할 경우 탈모가 발생한다.
한 교수는 “처음 염색할 때 부작용이 없었다 하더라도 염색을 지속하는 경우 접촉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피부염 예방을 위해 파라페닐렌다이아민이 들어 있지 않은 염색약을 쓰거나 머리나 얼굴, 목덜미에 피부염이 있는 경우 가급적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