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대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해당 사이트의 위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운영자들은 성범죄자 등 강력범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의 구현’을 위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행법상 명예훼손 등의 소지가 다분한 ‘사적 복수’라는 반론도 적잖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올라왔던 고려대 재학생 A(21)씨가 지난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부검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어 변사로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지적하면서도 ‘사적 복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관련 법률이 정한 엄격한 조건에 부합하고 신상공개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마저도 피의자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공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국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법규정의 괴리가 커 불법임을 알고도 범죄 사실을 공개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승 위원은 “개개의 사건에 천착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이 변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예현의 신민영 변호사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의적인 폭력이 이뤄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형(私刑: 사인이나 사적 단체가 하는 제재)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소지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내사를 벌여온 경찰은 A씨가 생전에 디지털교도소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 (디지털교도소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등의 운영자가 동일한 인물로 확인됐다”며 “일부 운영자를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