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이번주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취임한다. 이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강조한 진보성향의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이 후보자까지 모두 11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진보성향 단체 출신의 인사가 대법관에 추가되면서 ‘김명수 코트’의 진보 색깔이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편향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해 2019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권 대법관이 8일로 임기를 채우고 이 후보자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세 명만 남게 된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대법관은 1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명수 코트에 진보 색채가 짙어지면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경우 여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구심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전교조 합법화에 찬성한 이들은 10명이었고 반대는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 두 명이 전부였던 점 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 전교조 소송을 대리했던 김선수 대법관까지 참여했다면 11대 2의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김영란 전 대법관 등 진보적 법관들이 ‘독수리 오남매’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인 진보 우위 대법원 구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들이 예상과 다른 의견을 내놓은 사례가 있는 만큼 소신에 따른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자리 대물림 논란이 있던 현대·기아차 산재 사망자 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상옥, 김재형 대법관이 “단체협약에 따라 유족 자녀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대법관들의 법리 해석 역시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