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만 살아온 딸”… 제주 묻지마 살인 피해자 아버지의 호소

피해자 아버지, 靑 청원 제기
“버스비 아끼려 퇴근길 걸어오던 딸
지니던 흉기로 살인…계획 살인 분명”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가 본인 소유 탑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묻지 마 강도살해 사건 희생자 유족 측이 계획살인임을 주장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8월 30일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7일 올라왔다.

 

이 청원은 8일 현재 2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자신을 피해자 아버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착하게만 살아온 딸에게 이런 일이 생겨 너무나도 허망하고 억울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 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걷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니 피의자는 사건 당일 그 넓은 오일장을 3바퀴 정도 돌며 지나가던 제 딸을 보고 차를 주차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성폭행도 하려다 딸이 심하게 반항하니 흉기를 수차례 휘둘려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저의 딸은 방탕하거나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 40년 동안 밤늦게 귀가하거나 외박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는 딸이었다. 직장과 집 정시각에 출퇴근을 하는 바른 아이였다”며 허망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지난 3일 자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피의자가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는데 피해자가 만원을 주지 않아 살해를 저질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생활비를 핑계로 감형을 받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8일 현재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피의자 A(29)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39·여)씨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 살해)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0일 오후 본인 소유 탑차를 타고 오일시장 인근을 배회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오일시장 인근 이면도로를 걷던 B씨를 발견했다.

 

A씨는 B씨를 뒤따라 걷다 밭으로 끌고 가 준비해 온 흉기로 B씨를 위협, 이 과정에서 B씨가 쓰고 있던 우산 등으로 저항하자 B씨의 목과 가슴 등에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B씨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B씨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 CCTV를 확인, A씨를 추적한 끝에 범행 다음 날인 31일 오후 10시 48분쯤 A씨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된다’며 택배 일을 그만 둔 뒤 현재는 무직상태로, 평소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 1차 부검 결과, 흉기로 인해 흉부 쪽 상처를 입고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폭행 소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