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사전청약으로 수도권 아파트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낼까. 정부가 8일 아파트 공급 일정표를 제시했지만, 향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실수요자들을 다독여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 계산이지만, 청약 수요가 장기간 전세나 월세로 머물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부동산 시장의 안정 유도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2022년 각 3만가구 풀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골프장 부지는 내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에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된다. 과천청사 부지와 용산 캠프킴, 서부면허시험장 등도 이전 계획 등이 정해진 뒤에 청약 일정이 최종 확정된다.
사전청약 대상의 절반이 넘는 55%가 특별공급으로 풀린다. 이 중 30%는 신혼부부, 25%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대상이다. 물량의 55%는 특별공급으로 나온다. 사전청약 자격은 본 청약과 같고, 소득요건 등을 적용하는 시점은 본 청약이 아닌 사전청약 때가 기준이 된다. 사전청약 이후 본 청약 때 소득요건이 정해진 기준을 넘기거나 신혼부부가 혼인 7년을 넘겨 더 이상 신혼부부가 아니게 되더라도 주택을 분양받는 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 “공급대책 나름 성과” 자평
정부는 이날 8·4 공급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상당 부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추후 주택이 많이 풀릴 것을 고려해 급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실거래 통계 확인 결과 가격 상승 사례도 있으나 상당한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며 “공급대책 이후 1개월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서울 주요지역 실거래가 하락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초구 반포자이(84.94㎡)는 7월 초 28억5000만원에서 8월중 24억4000만원(18층)으로 하락했고, 송파구 리센츠(27.68㎡)는 7월 초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8월에는 2억5500만원이나 떨어진 8억9천500만원에 팔렸다. 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59.92㎡)는 7월에 14억원에서 8월초 11억원으로, 노원구 불암현대(84.9㎡)는 7월 초 6억8000만원에서 8월초 5억9000만원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불안감 여전한 전세시장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사전청약 물량은 모두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다. 당연히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매우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변 시세 대비 평균 30% 저렴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최근 30∼40대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 심리로 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면서 생긴 패닉바잉 현상도 상당 부분 잠잠해질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다만 사전청약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아직 4∼5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신규 아파트 수요가 사전청약을 기다리며 임대차 시장에 장기간 눌러앉게 되기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 있고, 전세난이 계속되면 언제든지 매매 수요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사전청약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들이 30·40대 실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