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發 깜깜이 감염 공포… “보호벽 필요” 목소리 확산

마스크 써도 기사·승객 모두 코로나 불안
서울시내 택시 총 7만1700대
입국자용 택시 120대 등 설치
기사發 감염 사례 있어 불안감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밀폐된 공간에서 승객을 맞이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보호격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택시 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됐지만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마스크 착용을 두고 갈등이 일어날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시내 택시는 총 7만1791대에 달한다. 이 중 지난해 보호격벽 지원사업으로 실제 격벽을 설치한 택시는 236대에 불과하다. 올해의 경우 시에서는 일반 택시를 대상으로 한 보호격벽 설치 지원사업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국자 전용 택시’ 120대에만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 지원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보호격벽은 기사들뿐 아니라 승객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택시기사가 감염된 사례도 있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인천의 한 택시기사가 확진자 승객을 태웠다가 본인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접촉 이후 해당 택시를 탄 부부 등 추가 승객 감염도 발생했고, 조사 인원은 140여명에 달했다. 택시기사를 매개로 한 대규모 감염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8월에는 강릉에서도 택시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에 서너번 택시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한모(29)씨는 택시를 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씨는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아 매일 출퇴근을 해야하는데 감염 우려로 버스나 지하철 이용이 걱정돼 택시를 종종 타곤 한다”며 “지하철보다야 낫지만 막상 택시를 타면 좁은 공간에 기사님과 둘이 있고 또 제가 타기 전에 누가 타고 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놓을 순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호격벽 설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지원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 정도만 진행됐을 뿐 지속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사측이 보호격벽 설치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이 개인적으로 칸막이나 비닐막을 설치하는 기사들도 늘고 있다. 차량용 투명 보호벽을 판매하는 한 차량용품 온라인 판매사업자는 “하반기부터 보호벽을 판매하고 있는데 후기를 보면 구매자 대부분이 택시기사분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기사분들이 코로나19로 불안함이 커지다 보니 개인적으로 저렴한 비닐 등을 활용해 간이칸막이 등을 설치하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보호격벽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시설물이 아니라서 필요에 의해 개별적으로 설치하시다 보니 저희가 파악하고 집계할 여건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국회에서는 택시 보호격벽 설치 골자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상정을 앞두고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일 상정에 필요한 제안설명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보호격벽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문진국 전 의원 주도로 발의된 바 있지만 당시엔 논의가 잘 안 돼 법안이 끝내 폐기됐었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서의 감염 우려가 커지며 지원 법안을 새로 발의했고 이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도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격벽의 필요성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련)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사실 좁은 차 안에 격벽을 설치하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설치를 원하지 않는 기사들도 꽤 됐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설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보호격벽 지원사업을 시도했다 흐지부지됐고, 20대 국회에서도 지원 법안이 발의됐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올 6월에 발의된 지원 법안은 통과되기를 택시기사들이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