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1인 가구입니다” 교도소에서 재난지원금 신청한 고유정

청주시 “고씨, 법무부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했지만 1인 가구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수령 못했다”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씨가 지난 7월15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에서 전(前)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그는 신청한 대로 ‘1인 가족’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40만원을 수령하지는 못했다.

 

10일 청주시에 따르면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고씨는 지난달 법무부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고씨가 지난해 6월1일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청주시 상당구 모 아파트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8월 한 달간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1인 가구 수용자의 대리 신청을 받아 수용자 주민등록주소지 자치단체로 발송했다. 앞서 정부는 1인 가구에 대해 40만원의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청주시가 법무부 통보와 행정안전부지급대상 명부를 받아 검토한 결과, 고유정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 같은 결과를 제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알렸다.

 

다만 고씨가 왜 1인 가구에 해당하지 않았는지, 혹은 다른 가족이 그의 몫을 대리 수령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고씨가 법무부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지급 대상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이유 등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은 주소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여러 사안을 검토해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씨는 2017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같은 해 11월 현 남편인 홍모(38)씨와 재혼해 충북 청주에서 거주해왔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당시 36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에 앞서 같은 해 3월1일 청주의 자택에서 의붓아들 홍모(당시 5세)군을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온 재판부는 지난 7월 2심에서 고씨에게 전 남편 살인 혐의만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홍군 살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중범죄를 저지른 고씨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에선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들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뻔뻔하다”라며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