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다음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19대 대선이 치러진 같은 해 5월9일 승리가 확실하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집권 여당에 권한을 부여해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됐을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문재인정부 3년4개월 동안 청와대만 보이고 여당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모든 현안을 챙겼고 민주당은 뒤따라가기에 급급했다. 민주당 정부가 아니라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 탓이 크지만 여당의 무기력증에도 원인이 있다. 민주당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에 바빴다.
4·15 총선 압승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덩치는 커졌지만 허약한 체질은 그대로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황제 휴가’ 의혹에 대처하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사안이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조짐이 보이지만 쓴소리를 하는 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 중진의원까지 나서 추 장관을 두둔하기만 한다. “카투사가 편한 군대라 논란이 의미가 없다”는 4선 의원에, 추 장관 보좌관의 청탁 의혹을 ‘식당에서 김치찌개 재촉한 것’에 비유한 3선 의원도 있다. 이처럼 황당한 주장이 쏟아지는데도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당 지도부는 침묵만 지킨다.
문 대통령이 오랜만에 ‘민주당 정부’를 언급했다. 그제 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국난 극복에 있어 ‘문재인정부가 바로 민주당 정부’라는 당정 간 하나 되는 마음으로 임해 달라”고 했다. 이번엔 정부와의 관계에서 일체감과 응집력을 가져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청와대나 정부와 손발을 맞추는 건 물론 필요하다. 민심의 소리를 들어 청와대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도 여당의 중요한 책무다. 당·청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국정이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말고 중심과 균형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