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이 일상화된 세상… 포장 쓰레기는 어느새 ‘첩첩산중’ [심층기획]

방역과 환경 ‘딜레마’
사회적 거리두기 2.5 이후 배달 폭증세
올 상반기 하루 생활폐기물 9.4% 증가
종이류 23.9% 플라스틱도 15.5% 늘어
코로나 감염 우려 다회용 용기 사용 주저
정부 일회용품 사용 감축 계획에 ‘빨간불’
수거·선별 단계 공적관리 방안 고민해야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포장된 도시락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 직장인 A씨는 최근 점심에 도시락을 사 먹는 일이 잦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지면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A씨는 “공개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회사와 멀지 않은 식당이 종종 나오고 있다”며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 주부 B씨는 휴지, 라면 등 생필품을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집에 있는 아이들의 식사를 위해 밀키트(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자재와 양념, 조리법 등이 들어있는 제품)나 배달음식도 자주 이용하게 됐다. B씨는 “분리수거를 할 때면 확실히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이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며 “코로나19로 생활이 변하기도 했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이나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배달 주문 급증, 일회용 컵과 용기 등의 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된 뒤 포장, 배달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방역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기물 발생 전년 대비 9% 증가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활폐기물의 일평균 발생량은 5349t으로, 지난해 상반기 4890t과 비교해 9.4% 증가했다. 종이류는 687t에서 889t으로 23.9% 증가했다. 플라스틱과 비닐도 각각 전년 상반기 대비 15.5%, 11.1%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진행이 계속되면서, 폐기물 발생량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종이류의 경우 1월 일 796t이었으나 6월에는 953t이 됐다. 비닐류는 936t에서 1007t으로, 플라스틱류는 814t에서 926t으로 많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직접적인 폐기물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2018년 8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던 환경부 지침은 정지됐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효된 이후에는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에서는 포장·배달만 가능해졌다. 또 외출을 줄이다 보니 필요한 물품을 배달시키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일이 늘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0% 수준에 머물렀던 택배물동량 성장률은 올해 상반기에 20%대로 올라섰다. 음식 배달 전문 업체인 ‘배달의민족’ 집계 결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표된 뒤인 지난달 29∼30일 주문량은 직전 주말(8월22~23일) 대비 8.8%나 늘었다.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을 35% 감축하려던 정부 목표에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수익성 낮은 폐기물 수거…재활용 높일 방안 찾아야

이렇게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폐플라스틱 단가가 낮아지면서 수거업체들이 수거를 꺼리고 있어서다. 페트(PET) 단가는 지난해 ㎏당 850원에서 지난달 590원으로 뚝 떨어지며 600원을 밑돌았다.

수출길도 원활하지 않다. 2018년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청주에서 지난 7월 일부 업체가 값이 싼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수거를 하라고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9월부터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했다. 청주시와의 협의로 수거 중단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폐기물이 더 많아지면 전국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분위기에 밀려 정부가 다회용 용기 사용을 권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배달음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어가고있는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재활용품 야외적치장에 수거된 일회용품들이 가득 쌓여있다. 수원=서상배 선임기자


정부는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등과 ‘포장·배달 플라스틱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가능한 한 줄이고, 써야 한다면 용기를 규격화해 재활용하기 쉽게 하자는 제안이다. 화장품업체,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와도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가고 있다.

원활한 수거를 위해서는 폐플라스틱 선별지원금(㎏당 20원)을 6개월간 추가 지급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혼합플라스틱 중 판페트류에 대한 선별지원금을 내년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폐비닐은 9월 말부터 1만t 규모로 폐비닐 재생원료의 공공비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코로나19 팬데믹, 플라스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 배달을 요구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쏟아져 나올 쓰레기에 대한 대비책과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제한해야 하고, 쓰레기 수거·선별 단계 공적 관리를 통해 수거 거부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경·남혜정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