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 시도로 이목을 끌었던 아시아나항공 ‘빅딜’이 10개월여 만에 결국 11일 ‘노딜’로 종결됐다. 국적 2위 대형항공사를 발판삼아 한국 대표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려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시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만나 무릎을 꿇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단기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일단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아래 두고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 회의를 잇달아 열어 아시아나항공 M&A 상황 보고를 받은 뒤 ‘거래 무산’(노딜)을 선언했다.
채권단이 영구채 출자전환을 전제로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의 책임을 물어 금호산업의 지분을 감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자와 추가 출자전환 채권 규모에 따라 채권단의 지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금호산업이 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변수에 따른 매각 무산이라는 입장이라 감자 여부를 두고 채권단과의 기싸움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몸집을 줄이기 위한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7개 자회사를 분할매각하는 방안도 점쳐지고 있다.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이 지원 기간 동안 계열사 지원에 자금을 쓸 수 없어 자회사 입장에서도 독자생존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이스타항공 사례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 탓에 당장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에어부산은 부산시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국유화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재건 비용으로 사용하려던 그룹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해 11월 금호그룹은 주력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을 대가로 3230억원을 받기로 했다. 나머지 2조원 정도의 매입 대금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돈을 갚고 자본을 확충하는 데 사용키로 했는데 이 모든 게 원점으로 복귀했다. 이미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중단을 맞아 독자적인 구조조정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금호고속 등이 보유한 광주광역시와 각 지역의 터미널 부지 등을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금호산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시아나항공 딜이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의 투자계획은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현금흐름, 영업상황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각 불발이 공식화하면서 이행보증금(계약금) 2500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인 HDC현산도 적극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은 M&A 계약해지에 대한 귀책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HDC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 등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나기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