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대안과 희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미술계에 꿈틀대고 있다. 바로 비대면콘텐츠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하반기에는 잦아들길 기원하며 전시 계획을 유지했던 일부 비엔날레와 미술제가 이번달에 속속 열렸다. 여수국제미술제도 그중 하나다. 예술제를 총 지휘한 조은정 감독은 지난 3일 직접 마이크를 들고 스마트폰 앞에 섰다. 관람객은 물론 취재기자들도 현장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 탓에 감독이 직접 온라인 투어를 하며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 조 감독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펼쳐지는 국제 전시회이고, 여러 나라의 많은 전시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문을 연 만큼 의무감 같은 것도 있다”며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만큼 사고가 좁혀들 때, 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품이 거래되는 경매시장도 바뀌고 있다. 케이옥션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 온라인 경매의 횟수와 출품작을 늘렸다. 여기에 기존 현장경매를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보며 경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 비딩’을 오는 24일 처음 시도할 예정이다. 손이천 수석경매사는 통화에서 “코로나19, 미술시장 어려움 속에서도 온라인 매출은 큰 차이가 없고, 오프라인에서 움츠러드는 분위기와는 달리 온라인 경매로 수십만원대 작품을 사는 경매 ‘비기너’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원화를 현장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미술품이 놓인 공간, 미술품 재질을 느끼며 받는 감동, 미적 체험을 전달하는 것 등은 그 어느 기술로도 불가능하다. 온라인화, 모바일화가 급속히 진행돼도 미술계에서는 이를 신속히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다. 서양화가 김윤경 작가는 비대면 콘텐츠에 대해 “작가들이 자기 표현 수단 중 하나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이를 통해 긴 작품 준비기간 소통의 갈증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회화가 주는 작품성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