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16일 단행된 첫 내각 인사에서 자민당 소속 각료 전원을 소위 야스쿠니(靖國)파로 구성하면서 우익 본색을 분명히 했다. 야스쿠니파는 일본회의, 신도(神道)정치연맹(신정련),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과 같은 우익 3단체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 성지인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를 주장하는 세력을 말한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제99대 일본 총리 취임 후 우익 성향 인사 중용을 골자로 하는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내각 구성원 중 일본 우익의 구심점인 일본회의 소속은 16명으로 전체 구성원(21명)의 76.2%, 자민당 소속(20명)의 80%다. 세계일보가 명단을 확인한 일본회의 소속 국회의원은 전체 일본 국회의원의 31.7%(중·참의원 710명 중 225명), 자민당 소속 의원의 55.1%(394명 중 217명)다. 스가 내각의 우익 단체 회원이 일본 정계는 물론 자민당 평균을 보더라도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회의는 1997년 우익종교 조직인 일본을 지키는 회와 우익 사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돼 발족한 조직이다. 왕실 존중, 국방 충실, 애국 교육, 헌법 개정, 가부장적 가족관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새 내각이 우익 3단체 소속 중심으로 구성됨에 따라 아베 정권을 승계한다는 스가 정권에서도 일제 강점·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 수정주의와 군사 대국화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익 성향의 스가 내각에 대해 “스가 신임 총리의 내각 인사를 볼 때 총리만 바뀌었지 아베 내각의 연장선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일 관계에서도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홍주형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