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가 내각 공식 출범… 총리만 바뀐 사실상 ‘아베 내각’ [뉴스분석]

첫 인사 대놓고 우익 본색
2명 빼고 ‘우익3단체 회원’
일제강점·침략전쟁 미화
군사 대국화 강화 불 보듯
한·일관계도 ‘아베 시즌2’
압도적 당선… 인사하는 스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운데)가 16일 일본 도쿄 중의원(하원)에서 열린 지명투표에서 제99대 총리에 선출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압도적 득표를 얻은 후 일왕의 임명식을 거쳐 총리직에 취임했다. 일본에서 총리가 교체되는 것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래 7년8개월여 만이다. 도쿄=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16일 단행된 첫 내각 인사에서 자민당 소속 각료 전원을 소위 야스쿠니(靖國)파로 구성하면서 우익 본색을 분명히 했다. 야스쿠니파는 일본회의, 신도(神道)정치연맹(신정련),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과 같은 우익 3단체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 성지인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를 주장하는 세력을 말한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제99대 일본 총리 취임 후 우익 성향 인사 중용을 골자로 하는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세계일보가 내각 명단을 분석 결과, 스가 총리를 포함한 구성원 21명 중 우익 3단체 회원이 아닌 경우는 자민당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공명당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 2명뿐이다.

고이즈미 환경상의 경우 겉으로는 우익 조직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2009년 8월 중의원(하원)에 진출한 뒤 해마다 8·15 때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고 있다. 지난해 9·11 개각을 통해 처음 입각한 뒤 올해 8·15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실질적인 야스쿠니파로 분류할 수 있다.

우익 3단체에 모두 소속된 인물은 스가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부총리(유임), 다케다 료타 총무상(보직변경 신임),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신임), 기시 노부오 방위상(〃),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보직변경 신임), 히라사와 가쓰에이 부흥상(신임), 사카모토 데쓰시 1억총활약상(〃), 이노우에 신지 엑스포담당상(〃) 9명에 달한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내각 구성원 중 일본 우익의 구심점인 일본회의 소속은 16명으로 전체 구성원(21명)의 76.2%, 자민당 소속(20명)의 80%다. 세계일보가 명단을 확인한 일본회의 소속 국회의원은 전체 일본 국회의원의 31.7%(중·참의원 710명 중 225명), 자민당 소속 의원의 55.1%(394명 중 217명)다. 스가 내각의 우익 단체 회원이 일본 정계는 물론 자민당 평균을 보더라도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회의는 1997년 우익종교 조직인 일본을 지키는 회와 우익 사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돼 발족한 조직이다. 왕실 존중, 국방 충실, 애국 교육, 헌법 개정, 가부장적 가족관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새 내각이 우익 3단체 소속 중심으로 구성됨에 따라 아베 정권을 승계한다는 스가 정권에서도 일제 강점·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 수정주의와 군사 대국화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익 성향의 스가 내각에 대해 “스가 신임 총리의 내각 인사를 볼 때 총리만 바뀌었지 아베 내각의 연장선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일 관계에서도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홍주형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