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휴가 연장을 국방부 민원실로 문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국방부가 그동안 이러한 녹취파일의 존재를 왜 숨겨왔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해당 녹취파일의 존재 여부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 확인이 제한된다거나, 일부 언론 보도처럼 보존연한(3년)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으로 안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군 중앙서버에 흔적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근 녹취파일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파일이 서씨 휴가 연장 의혹의 실체를 밝힐 핵심 단서인 점을 감안하면 서씨 관련 의혹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법하다. 군이 추 장관을 보호하는 데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숨기거나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자체조사를 하지 않아 추 장관 아들 민원이 국방부 내 어떤 경로를 통해 온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며 “지난주 언론 보도로 관련한 면담 문건이 공개되고 나서 국방부 민원실을 통해 녹취파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해당 녹취파일의 보존연한(3년)이 지나 파기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안이 검찰 수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여겨 국방부가 나서서 ‘녹취파일이 있습니다,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못한 것이다. 녹취파일도 열어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확인 결과 국방부는 지난 13일 정경두 장관 주재로 녹취파일의 존재 여부를 언제 공개하느냐를 두고 내부 토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13일) 내부 토의에서 ‘녹취파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느냐’ ‘이걸 우리가 숨길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등의 얘기가 오갔고, 결국 정 장관이 공개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대정부질문 때 장관이 그런 답변을 드린 것이다. 비판적으로 보니까 마치 은폐하려고 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해다. 이게 팩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국방부가 검찰 압수수색 이전에 녹취파일 내용을 들춰보고 그랬다면 더 큰 오해를 낳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부연했다.
국방부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는 이날자 ‘국방청렴툰’을 통해 보좌관의 부정청탁 관련 만화를 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만화에는 현재 추 장관 아들 서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 실렸다.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한 공직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지만, 국방부는 “전체 사례집이 있고, 순서대로 내보내는 것인데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이와 같은 청탁을 당연히 불법이라고 인정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