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쏘아 올린 공은 결국 폭탄이 되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 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했다.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는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심지어 이 할머니를 치매로 몰고 토착 왜구라고까지 공격했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 16일 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의원을 업무상 횡령 등 8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충격적 사태를 접한 민주당은 윤 의원의 당직과 당원권을 정지했다. 하지만 윤미향 사태는 몇몇 혐의에만 죄를 물은 채 대충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갖고 위안부 운동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윤 의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 국회 비례대표 제도는 1963년 제6대 국회에 처음 도입되었다. 다양한 직능 분야의 전문가를 뽑아 전문성과 다양성을 대표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윤 의원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연 활동 때문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추천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활동 과정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위안부 할머니 성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비례대표로 추천될 명분이나 이유는 사라졌다. 더구나,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적 자질’마저 상실했다.
윤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윤미향이 정의연이 될 수는 없다. 정의연이 추구했던 가치와 운동은 윤미향의 횡령과 같은 뒤틀리고 왜곡된 행태로 결코 훼손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미향의 사퇴는 필연적이다. 시민운동이 더 이상 운동가의 출셋길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윤 의원 사태는 시민단체의 권력화가 낳은 참사다. 정부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성숙한다. 반대로 시민단체가 권력에 기생하고 권력이 시민단체의 부정을 눈감아주면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타락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