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18일 김대중 대통령(DJ)3남 김홍걸 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대중(DJ)정부 청와대에서 제1부속실장을 지냈다. 민주당에 몇 안 남은 동교동계 관련 인사다. 김한정 의원의 공개 지적은 김홍걸 의원에게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며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의 실망과 원망”이라며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라고 김홍걸 의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한정 의원은 전날 설훈 의원과 함께 김홍걸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한정 의원은 김홍걸 의원에게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 물었지만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의 분양권을 누락한 경위뿐 아니라 부동산 자금 출처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정 의원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김한정 의원은 그러면서 2002년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을 때 자신이 김홍걸 의원으로부터 사실 관계를 처음 확인하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 부부에게 보고한 사실도 거론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 대통령은 당시 제1부속실장으로 곁을 지키던 제게 LA에 머무르고 있는 3남 홍걸씨를 만나보고 오라고 명했다”며 “혹시 알아볼 눈길을 피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 호텔 방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홍걸 의원으로부터 당시 “액수는 차이가 있지만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을 들어준 일은 없다’는 말을 듣고 보고했다”며 “그때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속이 타던 여사님은 눈물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김홍걸 의원은 당시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노무현정부 때 사면받은 바 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김홍걸 의원의 거취를 놓고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 지도부 차원에서 윤리감찰단에 회부했지만 당 내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더 안기 전에 본인이 거취를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리감찰단은 사실상 당 내부에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준할 정도로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인데 현직 의원이자 DJ 아들로서 수치스러운 일 아니겠느냐”며 “본인뿐 아니라 아버지 명예가 더 실추되기 전에 스스로 의원직을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