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들어 여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을 ‘통일부총리’로 승격시켜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삼자는 취지의 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당사자인 통일부는 ‘환영’, 정부조직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안전부는 ‘신중’ 입장을 각각 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범정부적 조정‧관리 능력 중요… 부총리 찬성”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최근 통일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 문재인정부의 새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에 국회에 제출됐다.
노 의원은 발의안에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당면한 범정부적 과제인 통일 문제를 통일부에서만 소관하고 있어 관련된 다른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입법이 성사되면 현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 국무총리 휘하 내각의 부총리 직위가 3자리로 늘게 된다.
정부조직법을 다루는 국회 행안위는 이 개정안을 두고 통일부와 행안부에 나란히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이 두 부처 의견을 수렴해 작성, 행안위에 제출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통일부는 ‘환영’ 입장인 반면 행안부는 ‘신중’ 쪽에 섰음을 알 수 있다.
통일부는 “통일 정책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기에 통일부의 범정부적 조정‧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행안부 “부총리 격상돼도 한계… 정부조직 비대화 우려”
이와 달리 행안부는 “통일 관련 업무는 성격상 경제협력, 대외교섭, 정보 수집 등 각 부처의 다양한 기능을 포괄하고 있어 부총리로 격상되더라도 한 부처에서 총괄‧조정하기에는 기능상 한계가 있다”며 “현행 ‘통일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각 부처가 소관 업무별로 책임지고 통일 관련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안부는 “정부조직 비대화가 우려된다”고도 했다. 현재 기재부(경제)와 교육부(사회) 2명의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는데 통일부총리가 생겨나면 부총리가 한국 정부 역사상 가장 많은 3명으로 늘게 된다.
국회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어느 한 쪽을 들지 않고 양측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차원에서 끝맺었다. 통일부총리는 북방외교와 남북협상이 활발했던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0년 도입됐다. 최호중 당시 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이 초대 통일부총리가 됐다.
하지만 1992년부터 북한이 핵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대화와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립이 압도하는 가운데 통일 정책의 총괄적인 조정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 지출 규모를 줄여 ‘작은 정부’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며 이듬해인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의 정부조직 개편을 계기로 폐지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