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시는 듯한 통증부터 불에 타는 듯한 극심한 고통까지. 옷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지는 질환이 있다. 특히 환절기와 같이 낮과 밤 극심한 온도 차이로 체력소모가 많은 시기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몸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피부 물집과 함께 심각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기에 수두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수두를 앓고 난 후에도 수두바이러스는 몸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체내에 남아 있는 수두바이러스는 신경을 따라 이동해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 이 경우 체내에 수두바이러스가 있더라도 사람이 이를 느끼지 못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병적인 증상도 없다.
대상포진은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치유되지만, 피부의 병적인 증상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해 곪을 수 있다.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실명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안면부 및 귀를 침범하면 안면 신경마비 증상이 올 수 있다. 방광 부위에 발생하면 소변을 못 볼 수 있다.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 운동신경의 마비로 팔이나 다리를 들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또 발진이 사라져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하는 ‘대상포진후신경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10∼18% 정도 낮은 수치이지만, 고령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으며 60세 이상 환자에게서는 40%까지 발생한다.
치료는 대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한다. 수두바이러스의 복제 억제 및 확산 기간의 단축, 발진 치유 촉진, 급성 통증의 기간과 정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신 또는 국소 부위에 스테로이드성 약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통증에 대해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 이용된다. 항경련제와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약물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면 신경차단술인 신경 블록을 시행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한약 복용과 함께 침이나 뜸을 주로 사용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강민서 교수에 따르면 급성기 대상포진 환자에게 10일간 침과 뜸 치료를 했을 때, 표준 양방치료만 받은 환자에 비해 통증 지속시간을 7일 단축했다. 물집과 발진 회복은 3∼4일이나 빠르게 했다. 용담사간탕과 같은 습열을 치료하는 한약 복용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을 7배 낮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60세 이상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게 계지가출부탕가감을 3개월 사용해 76%의 통증 호전을 보였다고도 보고됐다.
특히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돼 재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한약을 먹어 자가치유력을 높이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대상포진은 만성적인 신경통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침, 뜸, 한약 등 다양한 한방치료를 통해 저하된 회복력을 올리는 것이 병의 치료뿐 아니라 이후 후유증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