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대 안 가리는 지역화폐 논쟁

페북에 “소비이전 효과 분명”
정부기관 조세연 잇단 비판
野 윤희숙엔 공개토론 제안
여권 내부 ‘과잉 대응’ 우려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지역화폐 효과를 놓고 보기 드문 전선이 형성됐다. 여권이 정부 기관을 비판하고 되레 야권이 옹호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지역화폐를 포함한 모든 정책의 효과는 복합적이다. 여러 효과 중 특정 효과가 없다는 것이 모든 효과가 없다는 것이 될 수 없다”며 “지역화폐가 고용 증대 효과나 국가소비총량 증대 효과는 없을 수 있지만 주된 목표인 유통재벌에서 중소 자영업자로의 소비이전 효과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무총리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지역화폐의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엉터리 연구”라고 폄훼하자, 경제학 박사 출신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사용이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 사용도 안 되고 많은 업종에서는 아예 사용 불가이고, 포함 업종이라도 가게 앞에 가기까지는 사용해도 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지역화폐는 그런 면에서 단점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윤 의원에게 “지역화폐는 양극화 완화와 경제 회생을 위해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으로 피해 입는 영세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언론 뒤에 숨지 말고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 지사가 야권 및 정부 기관을 감정적으로 상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 희대의 포퓰리스트라면 국민의힘은 희대의 사기집단”이라며 “아무리 합리적 보수로 분식해도 ‘내로남불’ 국민 배신의 부패수구 DNA는 감춰지지 않는 모양”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지사는 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상대로도 “무고한 생명까지 빼앗은 인권 침해나 수백억 차떼기 부정부패의 과거는 그렇다 치고, 현재 벌어지는 수십억원의 재산은닉과 1000억원대 직무관련 의심 거래는 모르쇠하며 극소액의 형식적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하는 귀당 인사들에게는 뭐라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이 지사가 드라이브를 너무 걸고 있다. 이런 식이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리더십 검증을 밟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의 차이가 확연히 벌어질 것”이라며 “‘대선주자급’으로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와 지지율 쌍두마차가 돼서 그런지 요즘 ‘과잉’ 대응하는 측면이 있는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투쟁적 이미지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