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사인(私人) 중재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인 중재 절차가 확정되면 뉴질랜드 노동법에 따라 고용주가 피해를 입힌 피고용인에게 위로금 등을 제공하게 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우리측의 사인 중재 재개 입장을 행정직원측에 통보했으며, 이에 대한 행정직원측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인 중재 성격상 구체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인 중재는 뉴질랜드 노동법에 따라 피고용인이 피해를 입힌 고용주에게 위로금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올해 초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과 피해자는 정신적, 경제적 피해 보상에 관한 중재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이달 초 피해자가 다시 사인 중재 절차 재개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내부 검토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피해자에게 의사를 전했다.
앞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7월28일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자국민에 대한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문제가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는 2018년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며, 최근 논란이 확산되자 A씨에게 귀임 명령을 내렸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진정을 인용하며 외교부에 성비위 사건 처리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피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재외공관 인사위원회 구성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 등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어디에 진실이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박진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조사된 상황이 아니다. 가해자의 자기 방어권도 제대로 행사된 것이 아닌 상황”이라며 “인권위 결과만 가지고 봤을 때 제가 사과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로서는 일단락 지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한참 뒤에 맨 처음에 했던 진술과는 다른 내용으로 뉴질랜드 경찰에 고발했다”며 “그렇지만 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절차, 직원교육 등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