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원' 페이퍼컴퍼니 이용해 부동산 수익 꿀꺽

다주택자 98명 변칙 탈세 세무조사 착수
소득없이 호화생활 ‘검은머리 외국인’
법인자금 유출, 편법 증여 12명
30대 이하 고가아파트 취득 76명
국세청 “자금 출처 철저히 검증”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 2청사에서 변칙적 탈세 혐의가 있는 다주택 취득 사모펀드·법인, 고가주택 취득 연소자 등 98명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은 머리 외국인’인 한국계 외국인 A씨는 고가아파트와 최고급 승용차를 취득했으나 국내 소득이 없고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다. 거주자인 외국인의 국내외 모든 증여받은 재산에는 증여세를 과세한다. 그는 고가아파트를 임대했지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수입금액을 누락했다.

투자자 B씨는 타인 명의로 자본금 100원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수십억원을 투자하고 법인 명의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페이퍼컴퍼니는 사모펀드로부터 거액의 배당수익을 받았으나 이에 상응하는 가공경비를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했고, B씨는 가공경비를 통해 유출된 법인자금을 세금부담 없이 투자수익으로 챙겼다.



국세청은 이들처럼 부동산 시장 과열에 편승한 변칙적 탈세 혐의가 있는 9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모펀드를 통해 다수의 주택을 취득·임대하면서 거액을 배당받고도 가공 비용 계상·법인자금 유출 등으로 법인세 및 소득세를 탈루하거나, 투자금을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사모펀드 투자자 등 10명 △법인 설립 후 다주택 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받은 혐의자 12명 △고가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이하 연소자 중 편법증여 받은 혐의자(외국인 30명 포함) 76명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원천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실제 차입 여부 등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자금을 대여한 사람 및 법인 등에 대해 자금 조달 능력을 검증해 조달된 자금이 신고된 소득에서 비롯됐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소득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해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규제지역 담보대출이 제한되고 주택 취득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확대되면서 증빙서류 의무제출 제도도 시행됨에 따라 자금원천을 특수관계자 간 차입금으로 가장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거래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의무가 부여됐으며, 이달 말부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전체 주택거래로 확대된다. 또 지난 3월부터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취득 때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됐으며, 이달 말부터 투기과열지구 전체 주택거래로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소규모 자금으로 모임을 조직해 다수의 아파트 및 분양권을 거래하면서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피하려고 타인 명의로 등기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고가아파트 취득 시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 자금원천으로 기재된 전 거주지 전세보증금 및 특수관계자 차입금이 허위인 것으로 밝혀져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지방국세청에 설치된 ‘부동산거래탈루 대응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지역별 부동산 거래동향을 파악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해 탈루 혐의 정보를 보다 정교하게 수집·검증해 부동산 거래 과정의 변칙적 탈세에 대해 자산 취득부터 부채상환까지 검증해 나갈 방침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