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확정된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개별 사업에서 증감은 있었지만 총지출은 정부가 애초 예고한 7조8000억원 규모를 유지했다. 이번 추경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조1000억원이 불어난 118조6000억원이 됐고, 국가채무는 7조5000억원이 늘어난 846조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4차 추경으로 올해 총지출은 554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전년도 본예산과 비교하면 18.1% 증가한 수치다. 올해만 4차례의 추경을 거치면서 본예산 기준 총지출 512조3000억원보다 42조4000억원이 불어난다.
정부가 4차 추경 재원 가운데 7조5000억원을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하면서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불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9%로 전년도 본예산 기준 37.1%보다 무려 6.8%포인트나 급등했다. 3차 추경 기준 43.5%보다도 0.4%포인트 불어난다. 재정수지적자 비율, 국가채무비율 모두 역대 최대 수치다.
정부는 내주 초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급격하게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6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 국가채무비율은 4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제화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올해 4차 추경을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6%를 넘어섰고, 국가채무비율도 44%에 육박해 역대 정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재정건전성 기준이 이미 무너졌다.
정부는 이번 재정준칙에서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나 국가채무비율의 특정 수치를 못 박기보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제시하거나 유연하게 범위를 설정하는 ‘유연한 준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재정 투입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추경 편성 요건 등을 토대로 예외 조항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유연한 재정준칙이 마련될 경우 실효성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