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내걸린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이 숱한 논란에 혹평을 받으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실사화의 실패 사례로 남을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선 큰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7일째인 전날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8만여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도 ‘라이온 킹’, ‘알라딘’ 등 디즈니의 다른 실사 영화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개봉한 한국영화 ‘디바’와 ‘검객’에 밀려 박스 오피스 순위는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영화는 믿었던 중국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니키 카로 감독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뮬란’은 여러모로 중국에 보내는 연애편지”라며 노골적으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개봉 첫 주 232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예상치 3000만∼4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중국 전쟁 영화 ‘팔백’이 중국을 넘어 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산이 원인이라기보다 영화가 중국 관객들 구미를 당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팔백’은 지난달 21일 개봉해 한 달간 29억1000만위안(약 4990억원)이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제 남은 건 OTT 시장이다. 디즈니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극장을 건너뛰고 ‘뮬란’을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로 독점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뮬란’을 보려면 월 구독료 6.99달러에 29.99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시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가입자 약 900만명이 ‘뮬란’을 봐 2억6100만달러를 벌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 경제 매체 포춘은 “카로 감독의 중국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인 것 같다”고 지적하며 “‘뮬란’이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장했고, 중국에선 3일간 25만번 넘게 다운로드됐다”고 중국에서 흥행이 저조한 이유를 분석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