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 측에 피격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 국민적 분노가 뜨거운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평화적 접근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25일 미국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대니엘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과 대담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판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며칠 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의 의지와 호의, 인내심이 약해지지만 장기적으로 평화적 접근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현재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교착 상태에 있다고도 언급했다. 현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홍수 피해 복구를 비롯해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장관은 “폐쇄적이고 고립된 국가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향한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한국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교환한 친서에서 이번 사건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지칭하며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을 줘 미안하다”고 밝혔다. 북한 군 당국도 이와 별개로 우리 군에 보낸 통지문에서 이번 사건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부르며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북한군은 오후 4시40분쯤 이씨의 표류 경위 등 월북 상황을 듣고 오후 9시30분쯤 그를 총살한 뒤 시신을 바다 위에서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된 이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실종 직전까지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씨의 실종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전후 상황 등을 봤을 때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씨 유족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