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서 길을 찾다 / 최문형 / 넥센미디어 / 1만6000원
초유의 역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해 ‘코로나 블루(우울)’가 만연한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전작 ‘식물처럼 살기’로 독자들과 만났던 저자(아래 사진)가 이번엔 언택트 시대 인생길 찾기에 관한 ‘식물에서 길을 찾다’를 펴냈다.
철학·문학박사인 저자는 어느 날 도심의 가로수와 보도블록 틈새의 풀들과 대화하며 인생의 문제를 고민했다. 식물과의 대화에 익숙해지며 인생의 많은 고민이 해소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식물적 삶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고 고민하기를 꾸준히 반복해 왔다.
식물 맹그로브는 물과 뭍 모두에서 잘산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호흡이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호흡뿌리를 올려서 살아 나간다. 바다 한복판에 만들어진 맹그로브 섬도 있다. 원래 물가에 살던 맹그로브가 물속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듯, 코로나 시대 우리도 현실공간(오프라인 기반)에서 가상공간(온라인 기반)으로 옮겨가며 적응한다.
식물의 삶을 관찰하면 사람이 인생의 아픔과 고독을 어떻게 다룰지 알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저자는 특히 도시 나무와 친하다. 도시 나무는 봄마다 가지가 잘리는 불쌍한 나무다. 셀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지닌 채 아무 저항 못하고 길들여져 산다.
우리네 삶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인고의 날들을 견디는 도시 나무처럼 사람들도 아픔을 동반자 삼아 산다. 아픔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은 없다. 하지만 나무처럼 ‘그러려니’ 넘기면 ‘그렇게’ 살 수 있다. 아니 살아낸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무언의 세월’을 담담하고 무심하게 산다.
각각의 내용과 어울리는 30여장에 달하는 아름다운 사진과 그림이 실려 있다. 저자는 코로나로 갇힌 이 가을, 마스크를 쓰고 식물들이 무성한 가까운 공원으로 한번 나서볼 것을 제안한다.
박태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