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인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북한군이 사살하고 불까지 지른 사건으로 공분이 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관한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먼저 보낸 친서에서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의 친서 전문을 공개했다. 정상 간 친서 전문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서 실장은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에게 알려드리도록 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친서를 보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건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만이다. 당시에도 코로나19 극복이 주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수 차례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김 위원장이 수해 등 재난 현장을 직접 찾은 점을 언급하면서 특히 김 위원장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벼는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면서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등 상황에서)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이겨낼 것”이라며 “하루 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답신에서 “문 대통령의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과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측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태풍 피해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하지만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굳게 믿는다”며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손꼽아 기다리겠다”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한편,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해수부 공무원 A(47)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A씨는 지난 22일 오후 북측 해상에서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북한군이 A씨에게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북한은 통지문에서 부유물이라고 주장)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