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첫 대선 TV토론에 나선다. 11월 3일 대선일을 35일 앞두고 시작되는 대선 후보 TV토론은 다음달 15일과 22일 두번 더 이어지고, 부통령 후보 TV토론은 다음달 7일 열린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29일 오후 9시에 시작되는 TV토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거운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후보 자질을 직접 비교·검증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간 첫 TV토론은 온라인 시청자를 제외하고 8000만명 이상이 지켜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에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를 이날 지명했다.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세번째 대법관 지명이 관철되면 역대 다섯번째 여성 대법관이 배출된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에 배럿 판사가 임명되면 대법원의 이념적 분포는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우위로 바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배럿 후보자에 대해 “비할 데 없는 업적과 우뚝 솟은 지성, 훌륭한 자격,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극찬했다. 배럿 후보자는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며 “대법관 지명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상원 인준을 받는다면 내 앞에 있던 사람에 유념하겠다”며 긴즈버그 대법관을 언급했다. 배럿 지명자는 “긴즈버그는 여성이 법조계에서 환영받지 못할 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그녀는 유리천장을 깼을 뿐만 아니라 때려 부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공화당이 10월 12일부터 배럿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하고, 10월 29일 이전에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바이든 후보는 “상원은 미 국민이 다음 대통령과 의회를 선택할 때까지 이 공석에 대해 행동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는 이번 지명을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인준 지연 전술 등을 쓰더라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라서 인준안 통과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47석이다. 공화당 의원 2명이 대선 전 표결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51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자력으로 인준안 통과가 가능하다.
배럿 판사는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으로,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일곱 남매의 맏딸로 아이티에서 입양한 두 아이를 포함해 일곱 아이를 키우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는 낙태에 반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