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을 자신이 없어요. 취업도 내 집 마련도 다 제게는 기회가 없는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져요.”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즘 들어 부쩍 화가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집값 상승이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고위공직자 자녀 청탁 의혹 등 올해 들어 쉴 새 없이 쏟아진 이슈들에 분노가 누적된 탓이다.
더욱 청년들을 화나게 하는 건 공허한 약속이다.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 날’인 지난 19일 열린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년들은 상상하고 도전하고 꿈을 향해 달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강한 외침에도 그 말을 믿는 청년들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연이은 이슈가 보여준 우리 사회의 속살은 여전히 대통령의 약속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20대 청년 B씨는 “금수저가 아니어도 괜찮은 사회가 오길 기대했는데 여전히 변한 건 없는 것 같다”며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노력한 만큼 성취할 수 있는 걸 공정이라고 볼 때 젊은 세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보여주는 것이다. 반복되는 말뿐인 약속으로는 청년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공정사회를 향한 약속이 허상이라는 생각은 청년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취업 문이 노력하는 모두에게 똑같은 너비로 열린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되고 진학도, 군 복무도, 내 집 마련도 금수저가 아니어도 노력한 만큼 평등하게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때 청년들은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다.
공정사회를 향한 약속에 실망감을 내비치던 A씨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돈다. “번번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대체 언제 공정해지는 겁니까?”
박지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