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10년간 소득세 안 냈다”… 트럼프 “가짜뉴스”

‘트럼프 개인·기업 소득 신고자료’ 20년치 분석 폭로
“수입보다 손실 큰 이유 세금 안 내
당선·취임해는 각각 88만원 납부”
트럼프 “많이 내”… 자료 공개는 안해
바이든측 “교사보다도 10배 적어”
WP “트럼프, 부친 치매에 유산 독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브리핑에서 자신의 세금 기록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폭로 기사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15년 사이에 10년 동안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각각 750달러(약 88만원)를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소유한 기업의 지난 20여년간 소득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년 사이에 10년 동안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가 나온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득세를 많이 냈고, 뉴욕타임스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세 납부 실적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보다 손실이 커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국세청에 신고했으나, 대통령 임기 첫 2년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있는 골프클럽 등 외국 사업체에서 7300만달러(약 857억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7년 인도와 필리핀에 각각 14만5400달러와 15만6824달러를 세금으로 내 미국에서 750달러를 납부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호텔이나 골프장 등이 적자를 내 실제 자신이 번 소득을 상쇄했다는 이유를 들어 과세를 피했다고 NYT가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자신이 진행자로 나섰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선싱·홍보계약으로 2018년까지 4억2740만달러를 벌었고, 두 채의 건물에 투자해 1억765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그는 최소 1억달러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사업 실패로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봤고, 이를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는 데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라이선스·홍보계약으로 1억2000만달러의 순수입이 생겨 이때 처음으로 7010만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냈다.

 

그러나 2008년과 2009년 자신 소유 기업에서 총 14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273만달러의 이자까지 합해 자신이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2010년 1월 국세청(IRS)에 요구해 현재까지 싸우고 있다. 그가 지면 1억달러를 물어내야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연합뉴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NYT 보도 후 채 몇 시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는 31초짜리 영상 광고를 트위터에 게재하고, 해당 기사를 활용해 스티커 판매를 시작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특히 영상 광고에서는 미국의 일반 초등학교 교사의 연 소득세가 7239달러, 소방관 5283달러, 간호사 1만216달러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적은 750달러만 납부했다고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부친(故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이 치매 증세가 있는 것을 알고 이를 거액의 유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차지하는 데 이용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제보한 녹취록을 근거로, 트럼프가 당시 회계사와 변호사를 보내 유언장을 자신에게 매우 유리하게 변경하도록 종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