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TV 토론, 사활 건 싸움에도 당락 영향 미미한 이유는 [특파원+]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첫 대선 TV 토론에서 맞붙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정상적인 대선 유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선 후보 토론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첫 토론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TV 토론이 유권자의 지지 후보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 출구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보면 대선 TV 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후보 토론이 끝나면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주요 언론사와 조사 기관은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 조사를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려낸다. 그렇지만, 토론 승자가 대선 승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2016년 대선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세 번의 대선 후보 토론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다는 게 미국 주요 언론의 일치된 평가였다. 실제로 여론 조사에서도 세 번 모두 클린턴 후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다.

 

TV 토론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이미 토론 전에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TV 토론을 지켜보면서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관해 확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선 후보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라는 변칙 스타일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있다. 지난 대선과 그의 집권 4년을 거치면서 미국의 유권자는 선거전이나 TV 토론과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로 나누어져 있다.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이번 TV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 또는 ‘약간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가 63%로 나타났다고 CBS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그렇지만, TV 토론 내용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 같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만약 10%의 유권자가 TV 토론을 보고 실제로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면 이는 대선의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TV 토론 전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는 유권자는 실제로 투표장에 가지 않고, 기권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트럼프와 바이든이 토론을 통해 긁어모을 수 있는 표가 별로 없다”고 보도했다. WSJ와 NBC 뉴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8% 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두 후보간 지지율 차이는 지난 8월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WSJ은 “현재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약 11%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은 트럼프와 바이든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들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지지하려고 투표장에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