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첫 TV토론 키워드는 ‘비방’과 ‘거짓말’

트럼프 끼어들자 바이든 ‘입닥쳐’
CNN은 ‘바이든 판정승’이라지만
“끔찍한 토론” 지적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첫 미국 대선 TV토론은 키워드는 ‘비방’과 ‘끼어들기’, ‘거짓말’이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말하는 내내 끼어들었고, 토론 진행자가 경고하는 상황도 여러번 빚어졌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입 좀 다물라”고 반격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에서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부터 90분간 펼쳐진 이번 토론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이긴하나 두 후보는 악수나 팔꿈치 인사는커녕 눈인사조차 없이 연단에 섰다. 

 

첫 주제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 관련 내용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당선되면 보수 우위를 바꾸기 위해 대법관 수를 확대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떤 입장을 취하든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했고, 바이든 후보는 “이봐, 입 좀 다물지?”(Will you shut up, man?)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는 법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자, 바이든 후보는 “계속 떠들어봐”(Keep yapping, man)라고 응수했다.

 

미국의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 후보가 상대방 발언에 끼어들고, 입 다물라고 응수하는 이 장면은 이번 TV토론의 최대 이슈가 됐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를 편집한 영상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에서 ‘마스크 착용’을 조롱했다.

 

그는 “나는 (바이든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는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그는 200피트(약 61m) 떨어진 곳에서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마스크와 함께 나타난다”고 비꼬았다. CNN은 “(미국에서) 2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 첫 TV토론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클리블랜드 AFP=연합뉴스

바이든 후보는 미국 내 2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700만명이 감염된 코로나19의 대처와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이 ‘경이적인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의 진행자인 폭스늇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토론 내내 발언 도중에 끼어드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월리스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와 의료보험 문제로 언쟁하던 중 계속 말을 자르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든이 발언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 지금은 바이든 차례”라고 여러번 제지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질문하는 것을 가로막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나는 이 토론의 진행자이고 당신이 내 질문에 답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당신이 많은 방해를 하고 있다”고 진행자를 공격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월리스의 제지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바이든)가 아니라 당신과 토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끼어들기’가 그치지 않자 바이든 후보는 “이 광대와는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며 ‘광대’라고 지칭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거짓말도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를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바이든 후보는 반대한 적이 없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이전보다 더 많은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고 했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8∼2019년 큰 폭으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사기’ 프레임을 이어가며 대선 결과 승복 약속을 끝내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몇 달 동안 (결과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잘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미 언론은 첫 토론에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CNN은 “한마디로 끔찍했다”며 혼란과 끊임없는 인신공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을 특히 비판하면서 이날 토론을 ‘방해’, ‘비난’, ‘혼돈’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했다. AP통신은 “첫 토론에서 거짓말이 난무했다”고 꼬집었다.

 

CNN은 미 대선의 첫 TV토론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우세했다고 전했다. 

 

CNN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이날 토론회 직후 공동 조사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비율은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는 28%로 나타났다.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가 바이든 후보를, 29%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9%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공세를 가하는 게 정당하다고 답했고, 반대의 경우는 32%에 그쳤다. 무당층을 제외한 응답자의 39%는 민주당을, 25%는 공화당을 지지했다. 이번 조사는 TV 토론회를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오차범위는 ±6.3%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에 부정적인 시청자들이 많다. 앞서 지난 2016년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2%를 기록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27%)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