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계몽군주? 이게 칭송으로 들리나?” vs 진중권 “설마 싸구려 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향해 ‘계몽군주’ 표현 논란 / 유 이사장 “많이 배운 게 죄, 너무 고급스러운 표현을” / 진 전 교수 “살해 당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범인’이라 하는 격”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북한군에 의한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사과 통지문을 보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 군주’에 비유해 논란이 일자 “배운 게 죄다.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계몽 군주라고 말한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라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등 일반적으로 계몽 군주로 분류되는 ‘독재자’들을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독재자”라며 “북한 체제 전체가 3대째 세습을 하는 왕조국가니까, 이 사람은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잖나”라고 언급했다.

 

이어 “계몽 군주들이 과거처럼 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더는 참아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가 통치하는 제국을 조금 더 오래 잘 해먹으려고 개혁 조치들을 했던 것”이라고 ‘계몽 군주’라는 표현의 숨겨진 뜻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그러한 개혁 조치는) 우리 민족에게는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며 “그런 취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무·선동할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고무·선동하는 것은 민족의 이익에 보탬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진행자 김어준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쪽 한 곳에 몰려 있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씨를 뿌린다고 다 옥답에 떨어진 게 아니라고 예수님도 그랬잖나. 커뮤니케이션·소통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분 중 한 분이 예수님이다. 그분이 소통 실패 때문에 살해당한 거잖나”라고 되물었다.

 

또 그는 “계몽 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 분들은 2500년 전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나”

 

 

진중권 페이스북 갈무리.

 

유 이사장의 ‘계몽 군주는 고급스러운 표현’이라는 주장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를 ‘싸구려 입’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어느 나라 계몽 군주가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고, 이복형(김정남)을 암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소총을 사용하나”라고 물었다.

 

진 전 교수는 “살해당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 범인’이라 하는 격”이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하던 개그 감각으로 이젠 블랙 유머에 도전하시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지지율이 압도적인 1위라도 (출마) 안 한다”라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