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이모(47)씨가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군이 수집한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군 당국이 당혹하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첩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국방부는 뒤늦게 “민감한 첩보사항을 공개하거나 임의로 가공하는 것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지만 “정보출처를 근본적으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마구잡이 식 정보공개… 대북 정보공백 우려
◆정보출처 지키지 못한 책임론 ‘꿈틀’
일각에서는 SI 첩보와 관련된 정보보호 실패가 이씨 피격 사건에서 군과 정부, 정치권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이씨 피격 과정에서 북한 측의 움직임을 군이 어느 정도로 파악했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우리 군의 정보능력 노출과 직결된다. 북한 단속정이 지상부대와 교신하는 과정에서 암호나 약어를 쓰며 감청시도를 회피했는데도 사건 정황을 파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잇따라 폭로된 첩보사항은 한·미가 북한 암호·약어를 안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려준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보보호 실패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안보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군사기밀의 보호와 공유, 공개와 관련해 군과 정부, 정치권이 명확한 기준을 갖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등 위기상황을 자주 겪는 미국은 기밀 정보 공유와 유지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전쟁에 준하는 국면이 미국만큼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군사기밀의 정확한 개념과 한계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은 “군사기밀 공유와 공개 여부를 놓고 군 안팎에서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국가기밀이 스포츠중계처럼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