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미국행 논란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강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로 5일 말했다. 되레 박 의원은 관련 공세를 퍼붓는 야당을 겨냥해 “부정선거 시위하러 미국에 간 민경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 장관에게 연결해서 책임을 묻는 일부 기류에 대해 단연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전날 외교부 간부들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정도면 됐다”며 “이것을 공적 책임으로 연결해 강 장관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여행 목적 미국 출국 논란에 휩싸인 강 장관 남편에 대해서는 “개인 블로그나 기자 인터뷰를 볼 때 공개적으로 비판받겠다는 차원이 아니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백악관 시위에 나선 민 전 의원을 거론하며 “‘민로남불’(민경욱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민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 앞에서 부정선거 규명 피켓시위를 벌인 사실을 공개하며 “4·15 총선은 부정선거였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억울해도 출석해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기피하고 나가지 말라는 여행,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미국에 가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민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의 배우자와 다른 경우라고 반박하자, 박 의원은 “(민 전 의원이) 일반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김 의원보다 민 전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본인은 법 절차를 안 지키면서 법 절차를 지키라고 떠들면 되느냐”고 받아쳤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3일 미국으로 출국해 논란이 일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으로부터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 안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의 부인인 강 장관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해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졌고, 논란이 커지자 이 교수는 여행 계획 등을 올린 블로그를 폐쇄했다. 이 명예교수는 출국 전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에서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