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NLL(북방한계선)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필편지를 보내 정부의 ‘자진월북설’을 정면반박하며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호소한 것과 관련,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6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편지에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7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사건과 관련해 대정부 공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사전대책회의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물음에 대통령은 정직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민주당은 10년 전 천안함 사건 때는 드러난 정보조차 믿지 않더니, 이제는 오히려 정보를 감추고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한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같은 당 윤주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피살 공무원 이씨 아들의 편지를 함께 인용한 뒤 “문 대통령께 묻겠다, 내가 고난을 겪을 때 국가가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에 응답하셨나”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정부를 ‘깜깜이 정부’라고 비난하며 “희생자의 어린 아들의 절규와 외침에 대통령이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후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와 함께 서울 종로에 위치한 유엔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유엔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유족의 서한을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남북공동진상조사와 대북규탄 결의안 채택,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요구 등을 주장했다.
앞서 전날 피살 공무원의 형 이씨가 언론에 공개한 고교 2학년 이모군의 편지에는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의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며 월북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군은 또 “(아빠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 와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다”며 이씨가 여러 표창을 받을 만큼 성실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직업 특성상 집에는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오셨지만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전했다.
이군은 이어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