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만나면 작아지는 ‘3억달러의 사나이’

최, ALDS 1차전 4번타자 출전
2점홈런 ‘대포쇼’… 천적 면모 과시
다음 타석에선 고의사구 얻어내
탬파베이 최지만(오른쪽)이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ALDS 1차전 4회 말 상대 투수 게릿 콜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린 뒤 팀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연합뉴스

많은 현지 매체가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의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3승제) 1차전의 키플레이어로 탬파베이 최지만(29)을 꼽았다. 정규리그 타율 0.230에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최지만이 주목받은 이유가 있다. 바로 양키스의 에이스이자 1차전 선발인 게릿 콜(30)에게 정규시즌 통산 12타수 8안타(타율 0.667), 3홈런, 8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만 2개의 홈런을 빼앗는 등 유독 강한 ‘천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9년 3억2400만달러(약 3840억원)라는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을 자랑하고 올해 연봉만 3600만달러(약 418억원)인 콜이 연봉 85만달러(약 9억8600만원)인 최지만에 쩔쩔매는 모습은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고민할 것 없이 1차전 4번 1루수로 최지만을 배치할 정도다.

 

최지만이 기대대로 이날 콜을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고의사구를 얻어내는 등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다만 팀이 재역전을 허용하며 1차전을 3-9로 패해 최지만의 활약이 빛을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1회 3루 뜬공으로 물러난 최지만은 1-2로 뒤진 4회 말 무사 1루에서 든 두 번째 타석에서 콜의 시속 154㎞(95.8마일)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31짜리 중월 역전 투런포를 날리며 진가를 드러냈다. 최지만의 통산 포스트시즌 2호 홈런이자 정규시즌 포함 콜에게 친 4번째 홈런이다. 이전까지 콜을 상대로 홈런 4개를 친 선수는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조이 갤로(텍사스 레인저스), 루커스 두다(전 캔자스시티 로열스)뿐이었다.

 

양키스가 4-3으로 다시 전세를 뒤집었던 5회 말 2사 1, 3루로 몰린 콜은 다시 최지만을 만나자 볼 2개를 던진 후 결국 고의사구를 선택했다. 콜이 포스트시즌에서 고의사구를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시즌을 포함해도 피츠버그 소속이던 2017년 9월1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이후 3년 만이다. 자존심을 버릴 만큼 콜에게 최지만은 껄끄러운 상대였다. 그래도 콜은 6회까지 한 점차 리드를 지켰고 양키스는 9회 초 터진 장칼로 스탠턴의 만루포로 큰 점수차 승리를 챙겼다.

 

팀이 졌지만 콜을 괴롭힌 최지만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포함 최지만의 콜에 대한 상대전적은 19타수 10안타(타율 0.526) 4홈런 10타점으로 스포츠넷 뉴욕은 트위터 계정에 ‘콜을 상대하는 최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전설 베이브 루스의 사진을 게재할 정도였다. 경기 뒤 최지만은 “오늘은 지나갔다”며 “내일 우리는 반등할 것”이라며 2차전 승리를 다짐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