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용 ‘인도태평양 구상’ 실현 협력”

도쿄서 쿼드 4국 외교장관 회의
동·남 중국해 지배력 강화 中에 대응
폼페이오, 스가·모테기와 연쇄 회동
“전세계 너무 오래 중국 위협에 노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외교장관이 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쿼드’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도쿄=AP연합뉴스

쿼드(Quad·4자) 그룹으로 불리는 미국·호주·인도·일본 외교장관이 6일 일본 도쿄에서 회의를 열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일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부 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남 중국해의 정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통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FOIP 구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견제할 목적으로 2016년 8월 일본 주최의 아프리카개발회의(TACAD)에서 처음 주창한 외교전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군사적인 면 등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긴급한 과제다. 세계는 너무 오랜 기간 중국의 위협에 노출돼 왔다”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4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총리 관저를 예방한 폼페이오 장관과 약 15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FOIP 실현을 위해 미·일 동맹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like-minded countries)과 긴밀히 연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이달 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동남아 순방을 통해 FOIP 구상에 대한 지지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재 중국에 대한 쿼드 4국의 입장과 대응은 상이하다. 미국·호주·인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은 미·일동맹을 외교안보의 축으로 삼으면서도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실용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를 견제한다는 4국의 의도는 대체로 일치하지만 쿼드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집단동맹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입장차도 보이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집단안보체제로의 발전에 적극적이나, 중국과 인접한 인도와 일본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사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점은 중국과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공통의 딜레마다. 한국이 FOIP 참여에 신중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미국이 중국 포위망에 끌어들이려고 공들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나 몽골의 참여도 쉽지 않다.

 

일본 정부도 중국을 필요 이상 자극하지 않는 일종의 선을 지키고 있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FOIP 전략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중국 포위망으로 인식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는 중국을 의식해 “적을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프 킹스턴 미국 템플대 일본캠퍼스 아시아연구학과 교수는 AP에 “중국에 대해 위협 인식을 공유한다고 해서 쿼드를 나토로 만드는 등 무엇을 할지에 대한 관점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우려의 호(arc of anxiety)를 만들었으나 (이 지역에는) 무력 위협보다는 대화와 협상에 대한 선호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