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공무원 아들 편지에 文대통령 응답 文 “마음 아파, 조사 기다리자”… 유족 “촬영 녹화파일 공개를” “아빠 월북 아냐… 명예 돌려달라” 靑 “대통령 조만간 직접 답장 계획” 사망자 형, 정보공개 청구서 제출 국방부 검토… 안 될 가능성 높아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아들이 대통령에게 “나라는 뭘 했나요”라고 묻는 공개 편지를 쓴 것과 관련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공개 편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심경을 피력했다. 이어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으로,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또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를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답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씨 피격 사망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달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숨진 공무원의 아들 A군은 전날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A군은 편지에서 “(아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했다”며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이군은 또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며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었다.
숨진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을 방문해 해수부 공무원이 피격된 지난달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10시51분까지 북한군의 대화를 감청한 녹음파일과 같은 날 오후 10시11분부터 오후 10시51분까지 북한군이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촬영한 녹화파일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씨 측은 청구서에서 “자료가 공개되면 사망한 공무원의 월북의사 표시 여부, 국방부가 공무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유족들이 숨진 공무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국방부가 비공개 처분을 한다면, 그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씨의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한 뒤 답변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군 교신을 감청한 기밀첩보가 공개된 전례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씨는 이날 또 “북한의 잔혹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유엔 차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며 서울 주재 유엔인권사무소에 동생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망 건과 관련하여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사전대책회의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물음에 대통령은 정직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