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잠적 北 조성길 前 대사대리…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있었다”

2018년 伊 대사관서 종적 감춰
北 대사급 인사 남한行은 처음
정보당국 “사실 확인 어렵다”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돌연 잠적해 큰 주목을 받았던 북한 조성길(사진)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 비서 이후에 북한 고위층인 대사급 인사의 한국행이라는 평가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무 외교관의 남한행은 간간이 있어왔지만, 북한의 대사급 인사가 한국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정보 당국은 “신변 보호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혀, 관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해 8월 조 전 대사가 이탈리아를 떠나 제3국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배경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해외공관에서 상납금이나 이른바 충성자금을 만들어야 하는데, 관리하던 자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의 경우 해외 고가 제품을 수입하는 주요 통로여서 운영 자금의 규모도 다른 북한 대사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상납금 문제와 별개로 자녀의 장래 문제 또한 망명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재작년 11월 10일 임기 만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부인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부모가 사라진 지 나흘 만에 조부모가 있는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이탈리아 외교부가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뉴스1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 외교관 집안 출신의 최고위급 외교관으로 소위 ‘엘리트’였다.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했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했다.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해 대사직을 대리했다.

특히 그의 탈북은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취임한 이래 북한 고위급 재외공관장의 첫 탈북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에선 보수 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 전 대사 가족의 한국행을 추진하는 단체도 결성됐다. 특히 당시 먼저 탈북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에 조 전 대사의 한국행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백소용·이창훈 기자